[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한국인의 밥상이 변하고 있다. 한국 밥상의 주인공 ‘쌀’은 점차 한 켠으로 밀려나는 반면, 찬밥 신세에 있던 잡곡류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간편하게 혼합잡곡류를 집어들던 주부들의 손길이 최근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찹쌀, 콩, 현미찹쌀 등 개별 잡곡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은 기존 백미 위주의 즉석밥 시장도 현미나 잡곡밥 위주로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불편해도 좋다…개별 잡곡 전성시대=본지가 롯데마트에 의뢰해 최근 3년간 양곡류 및 잡곡류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찹쌀과 콩 등 개별 잡곡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찹쌀과 콩이 전체 잡곡류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각각 16.6%, 9.7%에 그쳤던 것이 올해엔 각각 31.0%, 17.0%로 크게 늘었다. 반면 과거 잡곡의 대명사로 통했던 혼합잡곡 비중은 19.4%에서 8.9%로 뚝 떨어졌다. 특히 찹쌀과 현미 찹쌀의 선전은 현미만으로 밥을 지었을 때보다 식감이 더 좋다는 것 때문에 최근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0514000914_0

잡곡류가 일반 백미에 비해 가격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4배 가량 비싼데도 불구하고 잡곡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불황에 지갑을 닫고 있는 소비자들이 유독 ‘집 밥‘에 만큼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5월 쌀(일반계 20kg, 상품 기준)의 kg당 도매가는 2142원에 불과하지만, 찹쌀(일반계 40kg, 상품 기준)은 2488원, 콩(백태 국산 35kg, 상품 기준)은 4057원으로 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잡곡시장의 재편은 건강에 대한 관심의 질(質)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으례 ‘잡곡이 건강에 좋겠지’하던 통념이 최근엔 개별 잡곡의 영양소에 대한 관심으로,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호에 맞게 섞어 먹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20140514000915_0

롯데마트가 지난해 11월 찹쌀, 찰흑미, 서리태 등 잡곡 20여종 90여 품목을 최대 3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잡곡 할인전’ 행사에 주부들이 몰렸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잡곡 마저 DIY 형식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밥상 건강을 위해선 불편을 감수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잡곡의 전성시대는 즉석밥 시장마저 바꿔놓고 있다. 지난 2011년 즉석밥 시장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잡곡 즉석밥은 지난해엔 전체 즉석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늘었으며, 올해엔 6.5%까지 확대됐다. 이에따라 잡곡 즉석밥 매출은 1년 사이에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진아 롯데마트 양곡건강MD(상품기획자)는 이와관련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일반 백미 보다는 잡곡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 확대되고 있는 즉석밥 시장에서도 현미나 잡곡밥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잡곡류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잡곡밥과 어울리는 건나물류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0514000916_0

▶백미도 다같은 백미가 아니다=‘기름기 흐르는 흰 쌀 밥’이면 통하던 백미 예찬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젠 친환경ㆍ유기농 마크가 있어야 그나마 대접 받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백미의 업그레이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3년 1월을 기준으로 올 3월 쌀의 매출은 고작 8.3% 늘어난 데 반해, 친환경 양곡류는 무려 319.3% 증가했다. 쌀의 매출 구성비를 보더라도 친환경 양곡류는 전체에서 1.4%에 그쳤던 것이 최근엔 5.4%로 늘어나는 등 친환경 양곡류만큼은 계속해서 신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0514000917_0

최근엔 일본 농림수산성의 슈퍼라이스 계획에 따라 수십년간 고시히카리 종을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으로 균형성장시켜 육성 개량한 품종인 ‘밀키퀸’이 주목받고 있다. 올가니카를 비롯해 초록마을 등 유기농 전문업체들에서 판매하고 있는 ‘밀키퀸’은 조생종으로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매우 민감한 소립(小粒)종의 쌀이다.